2026 아시안게임
일하고 있는데 와이프한테 연락이 왔다.
“축구 하는데?”
무슨 말인지 바로 알았다.
나는 원래 스포츠 보는 걸 좋아해서 월드컵이나 올림픽처럼 조금 큰 경기는 챙겨보는 편이다. 와이프는 내가 틀어놓으면 옆에서 같이 보는 정도다.
그런데 내가 아무 말도 안 했는데 TV에서는 태극마크를 달고 축구를 하고 있으니, 도대체 무슨 경기인지 궁금했던 모양이다.
생각해보니 나도 깜빡하고 있었다.
아, 2026 아시안게임 하는구나.
이번 대회는 일본 아이치·나고야에서 열린다.
최근 일본에 비가 많이 왔다는 뉴스를 봤던 터라 대회는 괜찮으려나 싶었는데, 어느새 경기는 이미 시작되고 있었다.

시작하기 전부터 조금 시끄러웠던 2026 아시안게임
폭우와 선수 숙소 문제
대회를 앞두고 나고야 지역에 많은 비가 내리면서 일부 선수와 관계자가 대피하는 일도 있었다.
선수 숙소도 화제가 됐다.
이번 대회는 전용 선수촌 하나에 모두 모이는 방식이 아니라 호텔과 크루즈선, 임시 숙소 등을 나눠 사용하는데, 일부 컨테이너형 숙소를 두고 선수들의 불편 이야기가 나왔다.
침대 크기나 생활환경이 경기 준비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이야기도 나왔고 조직위에서도 개선에 나섰다.
이런 이야기를 들으면 도쿄올림픽 때 화제가 됐던 골판지 침대도 떠오른다.
큰 국제대회를 할 때마다 경기장 밖의 숙소나 음식, 이동 문제에서 꼭 뉴스가 하나씩 나오는 것도 참 묘하다.
다만 이번 글에서는 이 이야기를 깊게 들어갈 생각은 없다.
결국 우리가 기다리는 건 경기니까.

아시안게임의 ‘아시아’는 어디까지일까?
아시안게임.
이름만 들으면 의미는 쉽게 이해된다.
아시아에서 열리는 올림픽 같은 대회.
그런데 막상 “아시아가 어디까지지?”라고 물으면 조금 애매해진다.
한국, 중국, 일본, 동남아시아 정도는 쉽게 떠오른다.
그런데 사우디아라비아도 아시아다.
카타르와 아랍에미리트도 아시아고, 이란과 카자흐스탄 역시 아시안게임에 참가한다.
아시아올림픽평의회는 동아시아뿐 아니라 동남아시아, 남아시아, 중앙아시아, 서아시아까지 포함한다.
우리가 평소 머릿속에 떠올리는 아시아보다 실제 범위는 훨씬 넓다.
러시아와 튀르키예처럼 유럽과 아시아 양쪽에 걸쳐 있는 나라도 있다.
결국 유럽과 아시아는 완전히 떨어진 두 대륙이라기보다 하나로 이어진 유라시아 대륙을 역사와 지리적 기준으로 나눠 부르는 성격도 있다.
그래서 아시안게임을 보다 보면 문화와 생김새가 꽤 다른 선수들이 모두 같은 **‘아시아’**라는 이름 아래 등장한다.
이것도 생각해보면 꽤 재미있다.
왜 매년 큰 스포츠대회가 있는 것처럼 느껴질까?
아시안게임은 4년에 한 번 열린다.
월드컵도 4년.
하계올림픽도 4년.
동계올림픽도 4년이다.
문제는 이 대회들이 같은 해에 열리는 것이 아니라 서로 시기가 엇갈린다는 점이다.
그래서 보는 사람 입장에서는 얼마 전에 올림픽을 본 것 같은데 월드컵을 하고, 또 어느새 아시안게임을 한다.
올해처럼 큰 대회가 여러 개 이어지면 더욱 그렇다.
그러니 나처럼
“어? 벌써 아시안게임이야?”
하고 뒤늦게 생각해도 이상하지 않을 것 같다.

대한민국은 2026 아시안게임에서 어떤 종목에 출전할까?
이번 아시안게임 정식 종목은 총 43개다.
대한민국은 이 가운데 41개 종목에 출전한다.
수영, 양궁, 육상, 배드민턴, 야구·소프트볼, 농구, 복싱, 카누, 사이클, 승마, e스포츠, 펜싱, 축구, 골프, 체조, 핸드볼, 하키, 유도, 가라테, 근대5종, 조정, 럭비, 요트, 사격, 스케이트보드, 스포츠클라이밍, 스쿼시, 서핑, 탁구, 태권도, 테니스, 배구, 역도, 레슬링, 우슈 등이 있다.
여기에 세팍타크로, 카바디, 테크볼, 쿠라시처럼 이름부터 낯선 종목도 있다.
족구는 없다.
피구도 없다.
그런데 카바디가 있고 세팍타크로가 있고 테크볼이 있다.
이름만 들어서는 무슨 경기인지 모르는 종목도 꽤 많다.
오히려 이런 게 아시안게임의 재미인지도 모르겠다.
평소에는 존재조차 몰랐던 스포츠를 TV 채널을 돌리다가 처음 만나게 되는 것이다.

양궁도 하나가 아니다
우리가 올림픽에서 익숙하게 보는 양궁은 주로 리커브다.
그런데 아시안게임에는 컴파운드 양궁도 있다.
활 모양부터 다르고 경기 방식에도 차이가 있다.
그동안 올림픽 양궁은 리커브 중심이었지만, 2028 LA올림픽부터는 컴파운드 혼성 단체전도 정식 메달 종목으로 들어간다.
이런 사례를 보면 아시안게임이 단순히 올림픽 종목을 그대로 가져와 아시아 선수들끼리 다시 겨루는 대회는 아니라는 게 보인다.
태권도 역시 아시안게임이 먼저였다
지금은 올림픽에서 너무 익숙한 태권도도 아시안게임에서 먼저 정식 종목이 됐다.
1986 서울 아시안게임에서 정식 종목으로 채택됐고, 올림픽에서는 시범종목을 거친 뒤 2000 시드니올림픽부터 정식 종목이 됐다.
지금 당연하게 보는 올림픽 종목도 처음부터 그 자리에 있었던 것은 아니다.
e스포츠도 이제 아시안게임 정식 종목
게임도 정식 메달 종목이다.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는 시범종목이었고, 이후 정식 메달 종목으로 자리 잡았다.
이번 대회에는 리그 오브 레전드, 배틀그라운드 모바일, 철권, 스트리트 파이터, 그란 투리스모, eFootball 등 익숙한 게임들이 실제 메달 종목으로 들어가 있다.
어릴 때 게임 많이 하면 혼나던 세대 입장에서는 조금 묘하다.
이제 게임을 정말 잘하면 태극마크를 달고 국제대회에 나가 메달을 딴다.
시대가 꽤 많이 바뀌었다.
개막식도 안 했는데 왜 축구는 먼저 시작할까?
이번에 내가 아시안게임을 다시 떠올리게 된 것도 바로 축구였다.
공식 개막식 전인데 이미 축구와 농구 같은 경기가 시작됐다.
이유는 생각보다 간단하다.
축구 같은 단체종목은 참가팀이 많고 조별리그부터 토너먼트까지 여러 경기를 치러야 한다.
그렇다고 선수들에게 매일 경기를 뛰게 할 수도 없다.
경기와 경기 사이에 휴식이 필요하다.
정해진 대회 기간 안에서 모든 일정을 소화하려면 일부 종목은 개막식보다 먼저 시작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종합대회의 개막식은 공식적인 축제의 시작이지만 실제 경기는 이미 그 전에 시작되기도 한다.
와이프가 본 축구도 바로 그런 경기였다.

아시안게임 축구는 왜 선수들이 젊을까?
올림픽 전체에 공통된 연령 상한이 있는 것은 아니다.
농구를 비롯한 여러 종목은 성인 국가대표 선수들이 그대로 출전한다.
그런데 남자축구는 조금 특이하다.
월드컵 축구는 연령 제한이 없다.
대표팀에 뽑히면 나이와 관계없이 출전할 수 있다.
반면 올림픽 남자축구는 기본적으로 U-23 선수들이 중심이고, 연령 제한을 넘는 선수는 와일드카드 3명까지 출전할 수 있다.
아시안게임 남자축구도 비슷한 방식이다.
그래서 똑같이 태극마크를 달고 있어도 우리가 월드컵에서 보는 대표팀과 선수 구성이 다르다.
손흥민이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 와일드카드로 참가했던 것도 이 규정 때문이다.
아시안게임은 올림픽과 조금 다른 맛이 있다
아시안게임을 흔히 **‘아시아의 올림픽’**이라고 한다.
틀린 말은 아니다.
그런데 조금 들여다보면 분위기는 꽤 다르다.
올림픽보다 참가 지역은 좁지만 종목 구성은 상당히 다양하다.
어떤 종목에서는 국가 간 경기력 차이가 크게 보이기도 한다.
반대로 양궁이나 배드민턴, 탁구처럼 아시아 선수들이 세계 최정상권에 있는 종목에서는 사실상 세계 최고 수준의 경쟁이 벌어진다.
그러니 단순히 올림픽보다 수준이 낮은 대회라고 말하는 것도 맞지 않는다.
나는 오히려 조금 낯설고, 조금 투박한 느낌이 아시안게임의 매력이라고 생각한다.
처음 보는 나라가 나오고, 처음 보는 종목이 나오고, 이름조차 몰랐던 선수를 응원하게 된다.
세계 최고 선수들만 모아놓은 대회를 보는 재미와는 조금 다른 맛이다.
일본 개최라 시차 없이 보기 편한 것도 장점
이번 개최지는 일본이다.
한국과 시차가 없다.
이게 생각보다 꽤 좋다.
새벽 3시에 알람을 맞춰놓고 일어나야 하는 대회가 아니다.
아침부터 낮, 저녁까지 우리가 평소 활동하는 시간 안에서 경기가 계속 열린다.
채널을 돌리다가 처음 보는 종목 하나를 붙잡고 보기에도 좋다.
“저건 뭐지?”
하고 보기 시작했다가 어느새 20분 동안 보고 있을지도 모른다.
나는 이런 게 종합스포츠대회의 재미라고 생각한다.
어쩌면 이 며칠을 몇 년 동안 기다렸을지도 모른다
축구나 야구는 평소에도 볼 기회가 많다.
하지만 탁구, 양궁, 핸드볼, 역도, 펜싱처럼 평소 방송에서 자주 만나기 어려운 종목은 조금 다르다.
올림픽이나 아시안게임이 시작되면 갑자기 그 선수들의 이름이 메인에 올라온다.
우리는 며칠 동안 그 선수를 응원하고, 메달을 따면 같이 기뻐한다.
그리고 대회가 끝나면 다시 한동안 만나지 못하기도 한다.
생각하면 조금 아쉽다.
어쩌면 어떤 선수들에게는 자기 경기를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봐주는 이 며칠을 위해 몇 년을 준비했는지도 모르겠다.
나 역시 이번 아시안게임을 깜빡하고 있었다.
와이프의
“축구 하는데?”
한마디 덕분에 다시 들여다보게 됐다.
이번에는 메달 숫자만 쫓아가기보다 평소 잘 보지 않았던 종목도 하나씩 찾아볼 생각이다.
그동안 준비해온 선수들의 노력과 결실을 더 많은 사람들이 알아봐 줬으면 좋겠다.
그리고 무엇보다 어느 나라, 어느 종목의 선수든 크게 다치지 않고 건강하게 자기 경기를 마쳤으면 한다.
모두가 조금은 행복하게 즐길 수 있는 축제가 되었으면 좋겠다.